2차전지 배터리 개발 `주도권` 경쟁
삼성SDI 전고체 `안전성` vs LG화학 리튬폴리머 `경제성'
안전하면서도 저장용량이 크고 또 다양한 모양으로 활용할 수 있는 2차전지 배터리 개발을 두고 삼성SDI와 LG화학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시장 검증을 받은 리튬폴리머(파우치형)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 향상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반면,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라는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해 소형에서의 주도권을 중ㆍ대형까지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전기자동차 등 중ㆍ대형 2차전지 시장에서 리튬폴리머가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원가절감 및 전기 저장능력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현 LG화학 자동차전지 사업부장(전무)은 이와 관련, "고객들의 요구는 에너지 용량이 높고 저렴하면서도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원한다"며 "폴리머가 그런 측면에서 (각형 대비)싸고 용량이 많고 세팅도 용이하며 싸이클 특성도 좋아 예전 각형을 쓰던 업체들도 폴리머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료비 60%, 가공비용 40% 수준인 제조원가 감소 노력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의 주력 배터리 제품인 리튬폴리머전지는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해질이 젤리 형태인 전지로, 파손되더라도 전해질이 발화하거나 폭발할 우려가 낮다. LG화학은 이를 과자 껍질처럼 생긴 알루미늄 파우치(주머니)에 담아 배터리를 만든다.
반면 휴대폰 배터리와 같은 모양인 각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성SDI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새로운 대안으로 선보였다. 전고체 배터리란 전해질을 액체 또는 폴리머(젤리 성분)이 아닌 고체를 적용한 것으로, 구멍이 뚫리더라도 폭발 위험은 물론 작동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삼성SDI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안전과 용량, 두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삼성SDI는 이미 지난해 핵심 요소 기술을 이미 확보했으며, 내년까지 중대형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하는 등 오는 2015년까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완성차 업체의 보수적인 특성 상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실제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전기차 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부품 증가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에도 기존 12V 전장시스템을 48V로 바꾸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체 전해질이 액체나 젤리형만큼의 내구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소형 2차전지 배터리 시장점유율 28%로 1위(B3 발표. 올해 상반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SDI의 발표인 만큼 향후 진행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소형에서는 2위, 중ㆍ대형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경쟁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2차전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기술경쟁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의 한국 위상을 한층 강화시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