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아연-공기전지 핵심 촉매 개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의 뒤를 잇는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는 아연-공기전지의 핵심 구성요소인 촉매를 상온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아연과 산소를 각각 음극과 양극으로 이용하는 아연-공기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전기자동차에 장착시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양극 물질인 산소를 환원해 수산화이온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촉매의 재료가 귀금속이어서 생산단가가 높은 데 반해 성능은 떨어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합성 가능한 촉매를 개발, 대량 생산과 단가 인하가 가능해지면서 아연-공기전지의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조재필 교수팀은 기존의 백금 촉매보다 촉매 활성도와 내구성이 우수하면서도 고온의 열처리 과정을 거지지 않고도 상온에서 대량 합성이 가능한 저가의 유기물 기반 탄소나노튜브 촉매를 개발했다.
현재 사용하는 백금 촉매는 귀금속이어서 생산단가가 비싸고 사용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철-질소-탄소(Fe-N-C) 촉매 역시 800℃ 이상의 고온에서 합성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조 교수팀이 개발한 새로운 촉매 합성법은 생산 공정은 쉬우면서도 아연-공기전지의 출력과 용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연구팀은 사람 몸속의 단백질 구성성분인 철포르피린이 촉매 작용을 해 산소의 이온화 반응을 촉진한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어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철프탈로시아닌을 이용해 유기물 기반 탄소나노튜브 촉매를 개발했다.
공기-아연전지에 이 촉매를 적용한 결과, 전지의 수명이 기존의 백금 촉매 대비 50% 이상 개선됐고 일시에 많은 전류를 흘릴 때 전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도 40% 이상 줄어들었다.
또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철-질소-탄소 촉매 대비 공정이 단순해 이보다도 30% 이상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미래부 '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25일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조 교수는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는 아연-공기전지의 가장 큰 문제점인 귀금속 촉매 사용을 대체함으로써 생산단가를 8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