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 강소기업, 에이치투
에이치투(대표 한신)는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VRFB Vanadium Redox Flow Battery)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상용화했다.
VRFB는 리튬이온이나 납축계 등의 2차전지와 달리 전해액 내 이온들의 산화·환원 전위차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다.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순환시켜 충·방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성과 용량 확장이 용이해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 받고 있다. 출력을 담당하는 스택(자동차 엔진에 해당)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해질(자동차의 연료에 해당)이 분리돼 있어 출력과 에너지를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에서 엔진의 힘을 크게하면 출력이 늘어나고 연료탱크의 크기를 키우면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원리다. VRFB는 ㎿급의 대형 발전소용 ESS뿐만 아니라 수십㎾의 전기를 저장하는 용도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VRFB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검증된 고객이 아니면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 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에이치투는 3년간의 끝없는 설계 변경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VRFB를 탑재한 6·10㎾h급의 ESS를 출시했고 VRFB와 전력변환장치(PCS)를 통합시킨 100㎾h급의 중대형 제품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한신 사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스택에서 전해질이 새어나오는 현상이 발견돼 설계 기술에 집중한 끝에 올해 초 상용품을 만들게 됐다"며 "초기 시장진입을 위해 최근에는 제조단가를 낮춘 기술까지 확보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VRFB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해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에이치투는 연구 개발을 통해 전해질의 제조단가를 전체 가격의 30%가량 낮추면서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등록도 마쳤다.
에이치투의 가장 큰 강점은 스택의 설계능력이다. 배터리의 기본은 전기화학적인 반응에서 시작되지만 플로우 배터리의 특성상 유체(전해질)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로를 잘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에이치투는 스택의 설계에 전산유체해석(CFD)을 적용하고 있다. CFD를 이용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으로 제품의 성능과 검증을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한 사장은 "제품 검증의 신뢰성을 입증하지 못해 시장 판로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한 업체와 첨두부하감소 및 백업 전원 용도로 ESS를 구축하게 됐다"며 "3년이 채 안된 벤처기업이 대기업에서도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VEFB 상용화에 성공한 건 독보적인 기술력 때문"이라고 말했다.